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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길, 여행길 돌발 상황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여행을 떠나기 전 나름 철저히 준비한다고 해도 우리의 인생길 여행이 그렇듯 길을 나선 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만나게 된다. 혹은 예상은 할 수있었으나 "설마, 그러겠어" 하는 마음으로 흘려 넘긴 일들이 실제 벌어지기도 한다. 시행착오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돌발 상황은 런던에 들고나는 교통편이었다. 여행 첫 기착지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는 4시간 늦게 출발했고 런던을 떠나 파리로 가는 기차는 아예 당일 운행을 취소했다. 그 때문에 첫날 런던에서는 예약했던 글로브 시어터에서의 셰익스피어 연극 공연을 볼 수 없었고 파리는 첫날 입성조차 하지 못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능력 밖의 일이었음에도 짜증 내고 안달복달했는데 석달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돌아보니 아련한 무용담이자 웃음짓게 하는 추억이 됐다. 사실 살면서 죽을 것처럼 힘든 일도 좌절하지 않고 버티고 견뎌내면 모든 것은 지나가게 돼 있어 어느 날엔가 '참 별 것 아니었던 일'이 되곤 한다. 견뎌냈기에 희미한 그리움이 되거나 소중한 추억이 될 수도 있고 그 고통이 살을 찢어 진주를 품은 조개의 아픔이었다면 고통이 축복이 되고 절망이 희망이 되는 기쁨의 날도 맞을 수 있다.인생길 아무리 힘든 고통도 견뎌내면 웃으며 옛말하는 날이 오는데 즐겁게 떠난 여행길에서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난다해도 절대 짜증 내고 스트레스 받을 일은 아니다. 이번 유럽여행을 추억으로 돌아보며 시리즈를 마무리한다. ▶베니스 시계탑 투어=작은 돌발 상황이었다. 분명 베니스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종탑 투어를 예약한다고 했는데 종탑 앞에 가서 예약 메일을 들이밀었더니 종탑이 아니라 시계탑이란다. 아래 위 한 칸 차이로 나열돼 있었고 같은 탑이라 언뜻 보고 예약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베니스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인 종탑이 아니라 3층 건물 높이의 시계탑에 올라 1800년대 시계의 작동원리에 대한 가이드의 지루하고 상세한 설명을 들어야 했다. 베니스에 겨우 하루 머무는데 웬 시계탑 설명? 마지못한 표정으로 가이드 뒤를 따르는데 투어에 참여한 10여명 모두 종탑 방향을 바라보며 뜨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들 비슷한 실수를 한 것이었다. 가이드 또한 "당신들이 어쩌다 여기로 왔는지 안다"는 표정으로 우리의 무관심에 개의치않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때 한가족이 갑자기 분위기를 바꿨다. "이게 뭔일이래"하는 표정으로 예약을 했을 남편을 흘겨보던 부인이 마음을 바꿔 호기심에 찬 질문을 하기 시작했고 "어머" "그렇구나"하는 추렴까지 넣으면서 그날 투어는 학구열을 불태우는 공부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인생 격언을 현장에서 보여준 그녀 덕분에 뜻하지 않았던 시계탑 투어는 이번 여행의 즐거운 얘깃거리가 됐다. ▶기념에 목매다 국민적 망신= 지난 주 한 장의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다. 스위스 루체른에 있는 역사적 명소 무제크 성벽 타워 목조 기둥에 적혀 있는 온가족 한글 이름을 찍은 사진인데 루체른을 다녀온 여행객이 "부끄러운줄 알라"며 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것이다. 매직펜으로 커다랗게 쓴 한글 이름들 밑에는 다녀간 날짜가 적혀 있었고 네티즌 수사대들은 하루만에 낙서 주인공의 신원을 알아내 공개했다. 느닷없이 기자의 전화를 받은 그는 루체른에 가족여행을 간 것은 맞지만 낙서를 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는 말로 엄청난 댓글 조롱을 받았고 한순간 '나라 망신 시킨 한국인'이 돼버렸다. 요즘은 네티즌들의 검색 능력이 놀라워 한번 걸리면 개인 신상이 완전히 발가벗겨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여행을 하면서 만난 한국인들은 정말 사진을 많이 찍었다. 화보 촬영을 하러 온 건 아닐텐데 일거수일투족을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아 곧바로 카톡이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 인증샷을 올린다.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고 하지만 여행의 목적은 기념사진이 아니라 마음 속에 남겨진 추억이다. ▶가족도 남이다=가족여행을 하면서 한번도 싸우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패키지 여행의 좋은 점 중 하나가 정해준 일정대로 바쁘게 움직이다보니 가족끼리 싸울 틈이 없는 것이라고 하는데 자유여행을 하면서 하루종일 붙어 움직이다 보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가족끼리는 남보다 쉽게 대하기 때문에 지적질하고 간섭하다보면 여행을 망칠 수도 있는 말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되뇌인 것은 남이다 생각하고 '전봇대로 이빨을 쑤신다고 해도 잔소리하지 말자'였다. 목구멍까지 잔소리까지 치솟아오르는 경우가 적지 않았으나 내 주장을 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 가족들을 보려고 했고 여행을 끝낸 후 아이들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됐다.

2019-10-17

버스표 찾아 헤맸는데…"로마 사람들은 표 안사요"

이달 초 이탈리아 로마의 한 레스토랑이 소셜미디어에서 세계인의 공분을 샀다. 바티칸 인근에 있는 레스토랑인데 스파게티 2인분과 생수 한 병을 시킨 일본인 여성 관광객에게 무려 429.80유로(약 473달러)의 음식값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터무니 없는 바가지를 쓰고 나온 관광객이 페이스북에 레스토랑에서 받은 영수증을 올렸고 여행 정보 사이트에 비슷한 피해 사례들이 더해지면서 이 레스토랑은 졸지에 세계 여행객들에게 '공공의 적'이 됐다. 메뉴판에 나와있는 스파게티 가격은 16유로였다. 문제의 발단은 100g 당 6.5유로하는 생선을 스파게티에 얹어 주문한 것이었다. 레스토랑은 '금띠 두른(?)' 생선을 많이 넣었다고 주장하며 스파게티 2인분에 300유로가 넘는 돈을 청구했고 생선의 무게를 확인하지 않은 고객은 무게에 따른 정당한 가격 책정이라는 주장에 별 수 없이 돈을 내야 했다. 더군다나 이탈리아인들은 식당에서 팁을 주지도 않는데 무려 25%에 달하는 팁까지 포함시켰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불쾌한 일 한 두번 안당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탈리아 여행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이탈리아 여행 일정을 짜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가장 많이 접한 것도 소매치기 대처법, 그림밟기 사기단 주의, 강매 모면하기 이런 것들이었다. 그림사기단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피렌체가 요주의 도시라는데 깜깜한 밤거리 혹은 사람 붐비는 길바닥에 그림을 펼쳐놓고 일부러 밟게 해서 작품값(?)을 물어내게 하는 사람들이란다. 여러 사람이 몰려 들어 그림값 내라고 언성을 높이는데 사정 모르는 관광객이라면 돈을 물어주거나 아니면 있는 힘껏 줄행랑을 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저저도 못할 경우 상책은 경찰을 부르는 것이다. 일단 경찰서로 가자고 하면 시비 건 사람의 대부분은 따라오지 않는다. 짧은 여행 남의 나라에서 경찰을 찾느니 차라리 "이 돈 먹고 떨어져라" 하는 심정으로 내던질 수도 있지만 현지 경찰의 조언은 돈 주지 말고 응급전화(112)를 걸어 경찰이 오기를 기다리라는 것이다. 물론 단순시비가 아니라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응급한 상황인 것처럼 알려야 한다. 지난 8월초 베니스에서 피렌체-로마-폼페이까지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겪은 몇가지 경험들이다. 우선,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는 팁을 주지 않아도 된다. 종업원에게 직접 물어봤다. 이탈리아인들은 팁을 주지 않는데 미국 관광객들은 대부분 팁을 주고 간다고. 그가 너무 친절했기에 팁의 원래 의미에 따라 흔쾌히 팁을 줬고 그는 매우 기뻐하며 떠나는 우리를 배웅했다. 또 로마 시내에서 버스나 지하철을 탈 경우 신문이나 잡화를 파는 거리 가판대나 지하철 자동판매기에서 일회용 티켓을 서너장 미리 구입해두는 것이 좋다. 한 장에 1.50유로(약 1.65달러)하는데 버스, 지하철을 모두 이용할 수 있고 100분 내 환승도 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가판대와 자동판매기가 듬성듬성 있고 버스에서는 현금을 받지도 티켓을 팔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로마 고대유적지를 구경하고 뒷쪽 문으로 나와 버스를 타려다 뙤약볕 거리에서 한참을 헤맸다. 평소 티켓 검사를 하지 않지만 무임승차를 했다가 걸리면 최대 200유로까지 벌금을 내야한다는 고지에 물어물어 가판대를 찾아 하염없이 걸었다. 어렵게 구한 티켓을 들고 버스에 올라서야 듣게 됐다. 로마 사람들 거의 티켓없이 탄다고, 버스 운전사도 신경쓰지 않고, 검표하러 올라온 경찰을 본 적도 없다고. 착실하게 티켓 사서 버스 타는 사람은 거의 관광객이었다. 유럽여행 필수품 '유레일 패스' 블랙프라이데이 대폭 할인 유럽 자유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블랙프라이데이나 사이버먼데이에 쇼핑해야할 필수 아이템이 있다. 바로 유레일 글로벌 패스다. 유레일 가맹국 31개 나라에서 통용되는 일종의 철도 자유이용권으로 일정한 기간 동안 횟수에 관계없이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열차 티켓이다. 옵션은 다양하다. 한달 동안 원하는 날짜를 정해 3일 혹은 5일, 7일간 이용할 수 있는 것에서 15일, 22일, 30일을 연속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 등 자신의 여행 일정에 따라 1등칸, 2등칸으로 맞춤식 패스를 구입하면 된다. 이번 유럽여행을 하면서 2등석 5일권을 318달러에 구입해 런던-파리, 파리-스위스 인터라켄, 인터라켄-이탈리아 밀라노 등 나라를 이동할 때 3일을 썼고 나머지 이틀은 이탈리아에서 왕복 기차를 탈 때 사용했다. 물론 국가간 고속열차는 패스가 있어도 좌석을 미리 예약해야하고 예약비 10유로, 유로스타의 경우 30유로를 내야했지만 패스 없이 기차 표를 샀을 경우에 비해 400달러는 절약한 것 같다. 4개 국가 9개 도시를 거치며 머물렀는데 시내 교통비를 제외하고 도시간 이동 교통비로 450달러 정도를 지출했다. 더군다나 어른과 동반하는 11세 이하 어린이에게는 무료 패스를 주고 12~27세 청소년과 60세 이상 시니어는 20% 가격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유레일 패스는 구입 후 1년 안에만 사용하면 되고 사용하지 않으면 약간의 벌금을 내고 환불받을 수 있다. 유럽 여행지에 도착해 첫 기차를 탈 때 기차역에서 스탬프를 받아 발권하면 패스가 개시되는 것이다. 유레일 패스를 판매하는 레일유럽(Raileurope)은 매해 블랙프라이데이때 패스 종류에 따라 최대 45%까지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 웹사이트(www.raileurope.com)를 통해 패스를 구입할 수 있고 여행을 떠날 때는 이 웹사이트를 통해 모든 열차를 예약할 수 있다. 신복례 기자 shin.bonglye@koreadaily.com

2019-10-10

넉넉히 환전해 갈까, 크레딧카드로 쓸까

해외 결제 수수료 없고 송금 환율 적용하는 크레딧카드 사용이 절약 크레딧카드를 주로 쓰기로 하고 현지 돈을 넉넉히 환전해 가지 않은 것이 불찰이었다. 유로스타 기차 대신 도버해협을 건너는 배를 타고 런던에서 파리로 들어가기로 한 날, 인터넷이 불안정한 기차 안에서 페리 티켓을 사려고 여러차례 시도하다 크레딧카드 사용을 정지당했다. 카드사에서 의심스런 거래로 보고 카드 결제를 중단시킨 것이다. 카톡을 쓰면 된다는 생각에 저렴한 국제전화 사용법을 미리 알아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비싼 전화를 걸어야 했다. 그러나 카드사 통화가 늘 그렇듯 녹음된 안내 음성이 시키는 대로 번호를 누르고 상담원 연결을 기다리며 음악만 듣다가 끊은 것이 여러 번이었다. 급한 마음에 시차를 생각하지 않고 전화를 걸었기 때문이다. 가져간 유로를 교통비로 다 쓰고 어쩔 수 없이 달러를 유로로 바꾸면서 아까운 손해를 봐야 했다. 크레딧카드로는 1유로 당 1.10달러 정도로 계산했는데 기차역 환전소에서 1유로를 사는데 1.3달러 정도를 줘야 했고 비싼 수수료까지 내야했다. 300달러를 환전하면서 제대로 바꿨으면 최소 270달러는 받을 수 있었는데 손에 쥔 건 230달러였다. 확실하게 배운 것은 여행지에서 달러를 환전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300달러만 유로로 환전했다. 유럽이라고 다 유로를 쓰는 것이 아니어서 영국은 파운드, 스위스는 프랑을 사용한다. 여러 화폐를 가져가는 것보다 크레딧카드를 쓰고 꼭 현금이 더 필요한 경우에는 데빗카드에서 현금을 뽑아쓰기로 했다. 크레딧카드는 보통 송금할 때의 환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은행에서 환전할 때보다 조금 더 싸다. 현금 환전의 경우 은행들이 매매기준 고시 환율에 수수료를 붙이기 때문이다. 크레딧카드사들도 대개 해외 결제에 3% 안팎의 수수료를 부과하지만 수수료가 없는 카드들이 있다. 구글에서 '해외 사용 수수료 없는 카드'(No foreign transaction fee)를 검색하면 몇 개의 카드가 소개된다. 이런 카드들 중에서 여행 지출에 특히 캐시백 보너스를 많이 주는 카드를 선택하면 현금 환전보다 환율 좋고 거래 수수료 없고 리워드 포인트도 쌓을 수 있다. 물론 여행을 떠나기 전 카드사에 전화해 언제부터 언제까지 해외여행을 한다고 알려주는 것이 좋다. 갑작스럽게 해외 결제가 잦아지면 카드사에서 본인 확인을 위해 연락을 하는데 제대로 응답하지 않았다가 카드 사용을 정지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에 필요한 예산을 모두 현지 화폐로 환전해갈 수도 있지만 여행 일정이 2주 이상으로 길고 여러 국가를 여행할 경우 현금을 많이 들고 다니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게 된다. 현금이 부족할 경우에는 데빗카드를 이용해 현지 은행 ATM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 있다. 환율은 크레딧카드처럼 송금 환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현찰로 바꿔갈 때보다 낫지만 타은행 ATM을 사용하는 것이어서 한번 사용에 3~5달러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그리고 데빗카드는 해외 현금인출을 제한한 경우가 많으니 은행에 미리 연락해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당연히 될 것이라고 짐작하고 그냥 갔다가 나의 데빗카드는 해외에서 무용지물이 됐다. 신복례 기자 shin.bonglye@koreadaily.com

2019-10-03

기차 타고 배 타고 런던서 파리까지 '삼만리'

지난 23일 월요일 아침 세계 곳곳의 공항에서는 난리가 났다. 세계 첫 여행사로 17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의 대형 여행업체 토머스 쿡이 이날 파산을 선언하면서 토머스 쿡이 자체 운영하는 여객기 운항이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영국과 스페인, 독일 등에서 모두 4개 항공사를 운영하는 토머스 쿡의 비행기와 패키지 여행 상품을 이용해 세계 각지로 떠난 45만여명의 사람들이 여행 중단은 물론 집으로 돌아올 비행기편을 잃은 채 휴가지에서 발이 묶여버린 것이다. 영국 정부는 18개국, 52개 여행지에서 오도가도 못하게 된 자국민 15만5000명을 귀국시키기 위해 다른 항공사 여객기 45대를 끌어모아 2주간 1035편을 운항하는 긴급 수송 작전을 시작했다. 지중해 휴양지 섬 공항에서 생후 8개월 된 딸과 함께 이틀째 버티고 있다는 30대 부부에서 그리스의 한 섬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으로 자신들은 이미 도착했는데 와야 할 가족과 친구들이 오지 못해 인생 중대사를 망친 커플의 사연을 접하며 그들이 겪고 있을 어이없고 황당하고 막막한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지난 7월 말 유럽 여행을 하면서 비슷한 일을 당했다. 런던 여행을 마치고 파리로 들어가는 유로스타를 타기 위해 세인트판크라스 기차역에 도착해서야 내가 탈 열차편이 취소됐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그날 도착역인 파리 북역이 전기 과부하로 정전이 되면서 유로스타 운행을 일시 중단했다는 설명이었다. 기차를 못탄 수천명의 승객들 틈에 끼여 안내 직원에게 "기차가 정말 취소됐느냐" "그럼 어떻게 해야하느냐" 묻고 또 물었지만 돌아온건 60일 이내에 다른 날짜를 예약하거나 아니면 티켓 리펀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3박4일 머물 일정으로 파리 호텔은 물론 그날 오후 센강 유람선 티켓까지 예약했는데 못가면 어쩌라고, 대체 교통편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혹시 저가 항공? 당연히 솔드아웃이었고 그럼 버스? 다음날 저녁 떠나는 버스 몇자리가 남아있었다. 파리까지 10시간 넘게 걸리는데 다음날 저녁에 출발해 그다음날 아침에 도착하면 파리 여행은 완전 꽝이 되는 거였다. 해저터널을 달려 런던 도심에서 파리까지 2시간10여분 만에 도착하는 유로스타가 개통하기 전 사람들은 비행기 아니면 영국 남단 도버로 내려가 배를 타고 대서양 바다를 건너 파리에 갔다. 배 시간을 알아봤다. 다행히 2시간30분 후 출발하는 배의 좌석이 남아있었다. 런던에서 도버까지 기차로 1시간30분, 도버에서 배타고 프랑스 북부 칼레까지 1시간40분, 칼레에서 파리까지 기차로 2시간, 시간을 잘 맞춘다면 칼레에서 마지막 기차를 타고 그날 밤 파리에 들어갈 수 있었다. 오늘 일정이야 망했다해도 내일 오전 루브르 박물관, 오후에는 베르사이유 궁전 투어를 예약해뒀는데 달리 방법이 없었다. "얘들아, 가자. 일단 가보자." 유로스타 대신 도버행 기차를 탔다. 간신히 표를 끊고 국경 통과를 위해 이민국 심사를 마친 뒤 배에 오르고 나서야 알게 됐다. 그날 런던이 교통지옥이었다는 것을. 유로스타 뿐 아니라 런던 항공관제 회사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런던발 비행기 200편 이상이 취소되고 2만여명이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는 것을. 기를 썼지만 결국 우리 가족은 그날 파리로 들어가지 못했다. 시골 작은 마을 칼레 선착장에는 우버도 없었고 택시도 없었고 버스도 없었다. 자기 차를 갖고 왔거나 런던에서 플릭스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은 다들 떠나가는데 우리는 기차역까지 40분을 걸어야 했고 막차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도버해협을 건너 기차역에 남겨진 것이 우리 가족만은 아니었다. 워싱턴DC에서 휴가왔다는 여섯식구 대가족과 인사를 하며 어떻게 할 것인지 얘기를 나눴고 좀 큰 도시 릴리로 가면 렌트카와 파리행 버스가 있으니 릴리까지 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기차안에서 검색해본 릴리 출발 파리행 버스 좌석은 딱 5개만 남아있었다. 밤 11시가 넘었는데 그래도 버스정류장까지 가보겠다며 걸음을 재촉하는 그들에게 행운을 빌어주고 우리는 릴리 호텔에서 힘겨웠던 하루를 마무리했다. '의지의 한국인'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다음날 일찍 기차를 타고 파리에 도착했고 오전 9시30분 예약된 루브르 박물관 가이드 투어에 참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들은 도버해협을 건넌 경험이 많이 좋았던 모양이다. 바닷가에 깎아지른 듯 서 있는 새하얀 절벽(화이트 클리프)이 너무 멋있었고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페리도 좋았다며 인상적인 여행지의 하나로 도버를 꼽고 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는 손해본 비용에 대한 보험 청구로 바빴다. 10여통이 넘는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요구하는 영수증과 서류들을 보내고 지금은 돈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통장 입금이 확인되면 나에게도 도버 해협은 재미있었던 경험이 될 것같다. 여행이란 것이 어디를 가서 무엇을 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추억할 수 있는 새로운 만남과 경험을 쌓는 것이라는 점에서 지구기온 관측 사상 가장 더웠다는 7월말 유럽의 런던여행은 유로스타로 한동안 기억될 것 같다. 비행기 티켓 예약할 때 보험도 구입 여행자 보험은 여행 사이트나 여행사를 통해 비행기 표를 예약할 때 함께 구입할 수 있다. 여행자 보험 비교 사이트를 통해 커버하는 내용과 가격을 살펴보고 선택할 수도 있지만 믿을만한 여행 사이트를 이용할 경우 가장 많이 가입하는 보험을 권해주기 때문에 택해도 별 무리는 없다. 여행을 앞두고 AIG의 트래블가드 보험을 샀다. 3인 가족이 108달러를 지불했으니 1인당 36달러에 산 셈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을 취소하면 비행기 티켓값과 리펀드를 받을 수 없는 예약 비용을 배상해주고 여행 도중 여행이 중단되면 하루 500달러 한도 내에서 손해 본 비용을 실비로 변제해주는 보험이었다. 유로스타 운행 취소로 인한 손해 비용을 요청했더니 AIG측 담당자는 사용하지 못한 기차 티켓 구입 영수증, 유로스타측의 취소 이유를 밝힌 확인서 그리고 뜻하지 않게 지불해야 했던 기차, 페리, 호텔과 관련된 영수증을 요구했다. 호텔 영수증을 잃어버려 카드 명세서를 보냈지만 그건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행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만큼 영수증은 꼭 챙겨둬야 한다. 신복례 기자 shin.bonglye@koreadaily.com

2019-09-26

구글 덕분에 처음 가는 도시 호텔 걱정 덜었다

"런던 갈까? 로마 갈까?" 상상만으로 유럽 도시를 날아다니며 어디로 가면 좋을지 행복한 고민을 했다면 이제 구체적으로 비행기 표도 끊고 호텔도 예약하고 가서 놀거리, 볼거리를 찾아봐야 한다. 이번 유럽여행을 하면서 구글에 참 많은 신세를 졌다. 해외여행을 도와주는 별의별 앱이 많고 많다고 하지만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컴맹을 약간 벗어난 수준이라 그나마 오랫동안 써온 구글이 편했다. 사실 처음 가는 도시에서 어디에 호텔을 잡아야할지 막막할 수 밖에 없다. 무엇이든 검색할 수있는 구글 창을 띄우고 써넣었다. '호텔 인 파리(hotels in Paris)' 라는 물음에 구글은 파리 지도를 띄우고 그 위에 가격이 표시된 파리의 호텔들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해줬다. 지도에 주요 관광명소들도 함께 표시돼 있기 때문에 명소 주변에 있는 호텔을 잡을지, 기차편으로 도시간 이동을 한다면 기차역 주변에 잡을지 아니면 도시 대표 공원 주변에 잡을지 지도를 보면서 원하는 구역의 호텔을 택할 수 있다. 가격을 보고 호텔을 클릭하면 그 구역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호텔 외관과 내관, 방의 모습을 사진으로 볼 수 있고 주변에 어떤 관광명소가 있는지, 가는데 얼마나 걸리는지에 대한 상세한 정보도 나온다. 그 호텔을 이용한 다른 여행객들의 리뷰와 평점도 읽어볼 수 있어서 생각해둔 가격대의 호텔 서너개를 비교해보고 마음에 드는 호텔을 택하면 호텔 걱정은 쉽게 해결할 수 있다. 호텔을 정하면 체크인, 체크아웃 날짜를 입력해 그 자리에서 방을 예약할 수 있다. 여러 개의 호텔 예약사이트들이 제시한 가격이 조금씩 다른데 평소 자신이 이용하는 여행 사이트로 예약하면 멤버 할인을 받거나 적립된 리워드 포인트를 쓸 수 있다. 9일 밤을 예약하면 열번째 밤 숙박은 무료라는 H사이트의 프로모션에 혹해 어떻게든 H사이트를 이용해 호텔 예약을 하려다 결국 포기했는데 세상에 정말 공짜는 없었다. 메인 화면은 분명 비슷한 가격이었는데 들어가 방을 예약하려면 택스 플러스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값이 뛰거나 어떤 방은 매진됐다며 조금 더 비싼 다른 방으로 안내됐다. 욕심을 버리고 업계 1위라는 사이트를 이용해 호텔들과 투어 프로그램 몇 개를 예약했더니 리워드 포인트가 하룻밤 호텔 숙박료 만큼 쌓였다. 그래서 옛선조들이 순리대로 살라고 말씀하셨나 보다. 신복례 기자 shin.bonglye@koreadaily.com

2019-09-12

'영국·프랑스 그까이꺼'…알차고 저렴하게

이건 무용담이 아니다. 지구 기온 관측 사상 가장 더웠다는 2019년 7월 폭염 땡볕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걷고 또 걸었던 50대 중반 여성의 '극한 체험기'도 아니다. 비행기표를 끊은 뒤 한 달여 나름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자부하고 떠난 우리 가족의 14박16일 유럽 여행기다. 지난 7월22일 LA를 출발해 런던, 파리, 스위스 그린덴발트를 거쳐 로마까지 유럽 6개 도시를 다녀왔다. 여행사 패키지 프로그램이 아니라 직접 일정을 짜고 머물 곳과 즐길 거리들을 예약한 일명 '자유여행'이었다. 여행사가 할 일을 직접 했으니 품을 좀 많이 팔았다 뿐이지 별반 다를 것 없는 자유여행임에도 주변에서 많이들 궁금해했다. 더욱더 알차고 저렴한 앞날의 유럽 자유여행을 위해 지난 시행착오를 시리즈로 공유한다. 유럽지도 쫙 펼쳐놓고 가고 싶은 도시 연결하며 사전 공부하는 것도 재미 여행은 준비가 반이라고 하지만 특히 유럽 여행은 준비만 잘하면 패키지 여행 보다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알차게 다녀올 수 있다. 국가들이 인접해 있어 국가 도시별 이동 기차편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고 기차 보다 싼 국제선 장거리 버스에, 일정을 잘 맞추면 40~50달러 정도에도 탈 수 있는 저가 항공편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 도시에서 여유롭게 머물며 즐기다 온다면 도시간 교통편은 신경쓸 필요가 없다. 로케이션 좋은 곳에 호텔 정하고 그 도시에서 보고 놀거리만 알차게 계획하면 된다. 하지만 비싼 비행기값 들여 모처럼 가는 유럽 여행이고 일주일 이상 일정을 잡았다면 가능한 가까이 있는 이름난 도시 몇 곳은 더 보고 싶은 것이 여행객의 마음이리라. 걸어서 지구를 세바퀴 반이나 돌았다는 '바람의 딸' 한비야씨는 어려서부터 세계지도와 지구본을 가까이 두고 세계여행을 꿈꾸었다고 한다. 유럽여행, 일단 유럽지도를 펼치는 것으로 시작해보자. 지도는 구글에서도 내려받을 수 있다. 요즘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문제로 시끄러운데 유럽은 하나의 땅덩어리에 여러 나라들이 옹기종기 국경을 맞대고 있다. 어디에 어느 나라가 있는지 살펴보면서 가고 싶은 도시를 이렇게 저렇게 연결하며 루트를 짜는 것이 첫 출발이다. 런던 넣었다 빼고 로마 넣었다 빼면서 시계 방향으로 또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도시들을 연결하며 그 도시를 다녀온 사람들은 뭐라고 하는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도시에 대해 공부하는 것도 은근 재미있다. 미국에서 대서양을 건너 유럽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런던에 도착해 서유럽 여행을 시작할 수도 있고 아예 유럽 깊숙이 체코 프라하로 들어가 오스트리아 빈, 헝가리 부다페스트 등 동유럽 도시만 둘러보는 일정을 짤 수도 있다. 아니면 스페인 바로셀로나로 들어가 지중해 휴양도시 니스-칸느-모나코를 거쳐 파리에서 돌아오거나 요즘 한인들 사이에서도 뜨고 있는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만으로 일정을 짤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도착해서 어디에서 나오느냐를 결정하는 것이다. 사실 런던에서 시작하는 서유럽 여행 일정을 짜면서 이렇게 저렇게 도시를 연결해봤으나 여행사들이 내놓은 서유럽 패키지 일정이 이동 면에서는 가장 효율적이었다. 런던 1박, 파리 2박하는 식으로 일정이 너무 빡빡해 관광명소 눈도장 찍기에 머물 우려는 있지만 체류 일정을 조금만 더 여유있게 잡는다면 런던, 파리, 스위스를 거쳐 로마까지, 인기 있는 유럽 여행지는 대충 둘러봤다고 할 수 있다. 지역별 다른 패키지들도 일정은 충분한 참고가 된다. 이번 여행 기간 만나고 스쳤던 여행객들 중 특히 기억에 남는 몇몇 사람이 있다. 암스테르담에서 온 싱글맘 세모녀랑 같은 로마 호텔에 묵으며 얘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이들은 1주일 일정으로 로마만 둘러본다고 했다. 가장 많게는 하루에 28km까지 걸었다는 말에 놀라서 입을 벌렸더니 8살 둘째가 분수를 좋아해 분수가 있는 광장은 빼놓지 않고 다니며 걷다가 박물관 들어가고 걷다가 점심 먹고 걷다가 쇼핑하고 틈틈이 앉아 쉬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암스테르담에서 유럽 어느 도시로든 비행기로 1시간반에서 2시간 거리라 여름 휴가때마다 도시 한 곳을 정해 여행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여행객은 스위스 그린델발트에서 스친 한국에서 온 젊은이들이었다. 기차 바로 앞 좌석에 앉아있었는데 관광 포인트에서 찍은 엄청난 양의 사진을 나눠보며 품평을 한 뒤 "오늘 봐야할 건 거의 다 봤다. 이제 뮈렌의 통나무만 보면 된다"며 일행 중 한 명이 "가즈아~통나무로!"를 외쳤다. 관광명소 기념사진으로 추억하는 여행을 할 것이냐, 몸으로 기억하는 여행을 할 것이냐, 그것도 잊지 말아야할 여행 준비 포인트다. 신복례 기자 shin.bonglye@koreadaily.com shin.bonglye@koreadaily.com

2019-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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